비기독교인을 대하는 기독교인의 자세. 종교

며칠 전에 친한 친구 한 명이 본인의 집에서 하룻 밤을 보내고 갔다. 그 친구는 예전에 교회를 다녔던 경험이 있고, 세례를 받고 나서도 한동안 교회를 다니다가 지금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거의 모든 종교에 대해서 열려 있고, 또한 그 말 그대로 모든 종교에 대해서 닫혀 있다. 그렇다고 무종교주의자는 아니고, 지금은 무도(武道)를 가고 있다.

무슨 말인지 이전에 이 블로그에서 들어 본 적이 없는 분들을 위한 설명. 모든 종교에 대해서 열려 있다는 것은 그만큼 종교를 종교로서 대하지 않고 신념으로서 대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종교는 스스로의 신앙을 가져야 한다는 전제를 가진다. 그러나 어느 종교의 교리에도 열려 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어떤 종교적 신념도 가지지 않고 있다는 말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철저한 무종교 주의자보다 무서울 수 있다. 그 사람들은 '종교란 건 사람이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다.' 라는 종교를 간절히 믿고 있으니까.



어쨌든 그 친구와 대화하다가 대충 아래와 비슷한 대화가 오고 갔다. (독자들의 쉬운 이해를 위해 본인과 친구가 실제로 하지 않았던 대화도 집어 넣었다. 이 친구는 역사학을 전공하고, 나는 고고학을 전공.... 우리야 그게 당연하다는 전제로 깔고 한 대화지만, 그대로 들으면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 들을 가능성이 크니까....)

(전략)

친구 : 내가 보기에는 기독교 사상에 문제가 많아. 무슨 잘못을 하든지 하나님께 잘못했다고 빌어 놓고는 '나는 이제 죄가 없어요'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말이야. 모든 죄를 사할 권리는 하나님께 있으니까 하나님께만 죄 사함 받고는 끝인거야?

: 이보게 친구, 자네가 대단히 오해하는 측면이 있다네. 일전에 우리 교회 목사님의 설교 중에 이런 말씀이 있었다네. 목사님께서는 삭개오의 예를 드셨지. 삭개오 알지? - (중략) - 그 삭개오가 나중에 예수님께 이런 말을 하지.

[누가 복음 19:8 개역 한글 성경] 삭개오가 서서 주께 여짜오되 주여 보시옵소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뉘 것을 토색한 일이 있으면 사 배나 갚겠나이다.

: 이 부분은 그냥 건성으로 들으면 자기의 죄를 뉘우친 사람이 그냥 한 말로 흘려 넘길 수 있지만, 여기에 죄를 뉘우치고 죄 사함 받은 이후에 사람이 사람에게 해야 하는 중요한 원리가 숨어 있다네. 자네, 함무라비 법전에 대해 아는가?

친구 : 내가 그것도 모르겠는가? 고대 바빌론 제 1왕조 6대 왕이었던 함무라비 왕이 이윽고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통일하여 바빌론 제국의 초대 황제가 되면서 제정한 법 아닌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특징으로 일축할 수 있는 법으로서, 현시대의 법제체제와 비교해 보면 매우 잔인하다고도 생각되지만 거대 제국을 통치하기 위한 효율성을 위해 좋은 법이었다고 평가 받고 있지.

: 그렇다네. 그 함무라비 법의 영향으로  매우 오랜 시간이 지난 당시의 이스라엘에도 죄에는 똑같은 죄로 심판하는 관행이 있었다네. 하나님을 모독한 죄인을 돌로 쳐 죽이거나,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이는 것 같은 특수한 경우 이외에는 대부분 죄에는 죄로 판결을 내렸지. 그것이 반대로 적용되어 죄에 대한 사과를 할 때는 그 죄의 무거움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곤 했는데, 이것이 법제상으로 보면 매우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도덕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였지.

친구 : 혹시 죄를 죄 그대로 갚는 것으로는 매우 가볍다는 것이 문제였다는 것 아닌가?

: 그렇지. 인간의 본성이란 것이 매우 사악하여서, 누가 나의 눈알 하나를 뽑았다면 그 사람에게 가서 목을 잘라 버리지. 누가 내 가족 한 명을 살해 하였다면, 그 사람의 가족에게 가서 그 가문을 몰살시켜 버리지. 결국 함무라비 법이라는 것은 현재의 법에 비해 보면 잔인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놓고 생각해 보면 매우 가볍다라는 것이네. 그런 의미에서 삭개오의 고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네.

친구 :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갚겠다는 부분 말인가?

: 그렇다네. 사람이란게 간사한 동물이어서 죄에 상응하는 댓가를 받으면 겉으로는 사과를 받아주지만, 마음 속으로는 전혀 응어리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지. 네 배로 갚는다는 것은 피해자와 진심으로 화해하고 싶다는 마음의 표시인 것이야.

친구 : 그렇군! 예수를 통해 자기의 죄를 고백하고 뉘우쳤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마음 속 깊은 곳까지 화해하고 싶어했다는 말이군! 그렇지만 많은 수의 기독교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 않은가?

: 바로 그게 문제라네. 많은 수의 목사님들이 행동으로 실천하는 믿음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는 데도 문제는 있지만, 신도들도 문제라네.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죄책감 때문에 어쩔 줄 모르다가 죄를 회개함으로 자신의 죄가 사라졌다는 마음의 평안을 경험하게 되지. 거기서 끝이라는게 문제라네. 현실 세계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지. 즉각적인 만족만을 추구하고 실질적인 해결은 하지 않으려하는 요즘의 '인스턴트적 세태'와도 관련이 있다네.

자신의 평안을 위해서만 신을 찾고, 정작 신의 가르침을 따르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네. 이것은 진짜 종교를 믿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기 편한 성경 구절만 찾아서 모아 놓고 자위하는 반쪽짜리 혹은 가짜 종교를 믿고 있는 행위지. 내가 많은 기독교인을 정죄할 만큼 거룩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문제는 나 스스로도 반성해야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네. 그래서 말할 수 있지.

(후략)



얘기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만드는 대화였다. 이 날 밤에 술도 마시지 않은 두 남자가 새벽 세시가 넘게까지 나눈 진지한 대화는 아직 포스팅 거리가 남아 있으니, 기대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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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금했던 것. 2007/11/26 17:38 #

    비기독교인을 대하는 기독교인의 자세. 음 이런 부분도 있었구나. 알게되어 기쁘다. 언젠가 성경을 한 번은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잘 안 된다.... more

덧글

  • 레놀도야지 2007/11/20 23:44 # 답글

    '삭개오의 회개'중 네배를 갚겠다는 것에 대해 저희 교회 목사님도 설교하신 적이 있습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냥 읽고 넘어가는 부분이지요. 다른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 파파울프 2007/11/21 01:05 # 답글

    "자신이 믿기 편한 성경 구절만 찾아서 모아 놓고 자위하는 반쪽짜리 혹은 가짜 종교를 믿고 있는 행위"

    ...공감합니다.
  • 飛熊 2007/11/21 01:43 # 답글

    술도 안먹고 세시까지....그랬군하....후우. 훃은 단지 다음날 보면서 하악하악 했던 원더걸스만 떠오른다[퍽]
  • 혈류 2007/11/21 02:31 # 답글

    보고 느낀점이 많아서 댓글 남기고 갑니다.
    그리고 링크 신고할게요.
  • 아메바기억력 2007/11/21 14:52 # 답글

    레놀도야지 / 하나하나 다 잊어버리고 있는 중입니다. 더 많이 잊기 전에 포스팅해야 될 것 같은 예감이!ㅋ

    파파울프 / 스스로도 많이 반성하면서 그 대목을 적었습니다. 실천이 안되는 것은 말로만 중언부언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요.

    흑곰 / 자네의 오덕성이야말로 가끔씩 나타나는 진지함을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필수 아이템이라네!

    혈류 / 느낀 점이 많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많이 들러 주세요^^
  • 이프 2007/11/26 02:18 # 답글

    오랜만에 다녀가는데… 아 내용을 전혀 이해를 ㄷㄷㄷ;;;
  • 飛熊 2007/11/28 14:37 # 답글

    음. 일단 이것도 이거고....감사와 만족에 관한 이야기라던가(이건 좀 할 이야기가 더 많지만)....소통에 관한 이야기라던가....자네 포스팅할게 꽤 많지 않나
  • 아메바기억력 2007/11/30 17:41 # 답글

    이프 / 요새 블로그 주제가 점차 하드코어해 지는군요;;; 몇개만(?) 더 올리고 다시 노멀향으로 가야겠습니다.ㅎㅎㅎ

    흑곰 / 그거 쓰다가 임시 저장해 놓고 한동안 바빠서 손 놓고 있었다네;; 쓸 건 많은데 말이지;;ㅎ
  • 미고 2007/12/03 15:37 # 답글

    응, 내렸다...-┏
    난 종교나 정치이야기 나오면 의식적으로 달아나는 사람이라고~
    그런 주제에 여기 덧글을 다는 이유는,

    블로그 부활 광고차원에서....흐헤헤...;;
  • 아메바기억력 2007/12/03 17:48 # 답글

    미고 / 안그래도 답방 한번 다녀오는 길이네. 자네의 문학적인 활동. 기대하고 있으이.
  • DK 2009/02/25 23:13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하드코어"를 찾다가 우연히 들어왔습니다. ㅋㅋㅋ

    그런데, "모든 종교는 인간이 만든거다.." 라는 종교를 열심히 믿고 있는 게 뭐가 "무서운"지 무슨 문제인지 잘 모르겠네요. 인간은 원래 도그마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법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엔 "모든 종교는 인간이 만든거다"라고 믿는 종교나, "모든 종교는 회의적 시선으로 의심해야 한다"는 종교가 더 "어린아이같이 무조건 믿으라는 종교"보다 적어도 더 평화적이고 더 나아보입니다.

    그리고 일부 개신교에서 근본주의적 사고로 강조하듯 "신을 자기 내부의 중앙에 놓는" 신 중심의 사고방식은 역사적으로 볼 때 위험하고 폭력적인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고, 실은 아주 옛날 고대인들의 사고 방식과 비슷합니다.
    제 생각엔 그렇게 인본주의를 배격하고 신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평안을 위해서만 신을 찾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왜냐면 종교는 단순히 인간이 만들었다고 믿기 때문이죠.
    역사적으로도 인본주의자들이 신을 중심으로 놓고 행동하는 사람들보다 더 평화적이었습니다.

    그냥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럼~출처:비기독교인을 대하는 기독교인의 자세.
  • 식용달팽이 2009/03/14 10:33 #

    안녕하세요.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무섭다고 말했던 것은, 종교인이라는 전제하에서 자신이 종교를 믿고 있다고 자부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종교인다운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말이었습니다.

    철저 근본주의적 기독교적 시각에서는 '기독교 이외에는 모두 사탄이다.'라고 말해야 옳겠지만, 저는 그런 민감한 문제를 건드려서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기독교를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글이었지요.

    '모든 종교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라는 생각을 일반인이 하고 있다면야 상관이 없겠습니다만, 기독교인이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기독교의 실체를 접할 의지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요새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교회 내에도 그런 사람이 적잖이 보입니다. 기독교계 내에서는 큰 위기로받아들이는 부분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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